2010년대 최고 가수를 꼽으라면 누가 선택 받을까. 글쎄. 의견은 갈릴 테지만 이 싱어 송라이터의 이름이 빠질 수는 없다. 단 4장의 앨범으로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위대한 성취를 이룬 그 주인공, 바로 아델이다.
저 유명한 브릿 스쿨(Brit School) 출신이다. 브릿 스쿨은 일종의 예술학교인데 이곳 졸업생들 중 스타가 된 경우는 헤아릴 수 없다. 음악인 쪽으로만 봐도 아델 외에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에프케이에이 트윅스(FKA Twigs), 제시 제이(Jessie J), 킹 크룰(King Krule) 같은 뮤지션이 아델과 동창이다. 1988년 영국 토트넘에서 태어났고,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가 집을 나간 이후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자연스레 엄마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에프케이에이 트윅스(FKA Twigs), 제시 제이(Jessie J), 킹 크룰(King Krule)
현재까지 아델의 전세계 앨범 판매고는 대략 1억 2천 만장 정도로 집계된다. 뭐로 봐도 엄청난 수치다. 히트곡 역시 각 음반마다 여럿 발표했다.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Chasing Pavements’와 ‘Hometown Glory’ 외에 ‘Rolling in the Deep’, ‘Set Fire to the Rain’, ‘Hello’, ‘When We Were Young’, ‘Skyfall’, ‘Easy on Me’ 등, 한국에서도 아델의 음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였다. 참고로 나는 아델의 존재를 데뷔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음반사 직원이었던 시절 내 담당 레이블들 중 하나가 아델이 3집까지 함께 한 엑스엘 레코딩스(XL Recordings)였던 덕분이다. 물론 이렇게까지 거대한 존재가 될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내 인생 통틀어 로또를 한번도 산 적 없는 이유다.
한데 적어도 내가 보기에 아델의 음악들 중 최고로 사랑 받은 노래는 따로 있다. 바로 2집 『21』 (2011)에 수록된 피아노 발라드 ‘Someone Like You’다. 이 곡, 지금도 신청곡이 무진장 들어온다. 뭐랄까.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타입의 발라드여서 그렇지 않을까. 물론 ‘Someone Like You’는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빌보드 차트와 영국 차트 모두 1위에 올랐고, 이 외에 전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정상을 찍었다. 자료에 따르면 아델은 시장 크기가 10위권 안에 드는 국가에서 최소 하나 이상의 상을 수상한 역사상 최초의 가수이기도 하다. 상이 모든 걸 반영하지는 않지만 그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템포는 당연히 느린 축에 속한다. 분당 67.5다. 키는 A장조에 크게 봐서 세 가지의 코드를 따라 진행된다. 그러면서 아델의 보컬 레인지는 F♯3에서 E5를 아우르는데 기절할 정도로 황홀한 고음은 아니지만 높은 음에서도 묵직함을 잃지 않는 천부적인 톤을 바탕으로 최대치의 설득력을 길어 올리는 보컬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아델은 브리지 부분을 지나 템포를 조금 죽이고, 다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곡의 분위기를 장악한다. 이 즈음에서 아델은 거의 비명을 지르듯 노래하다가도 차분한 마무리를 일궈내면서 이제 자신의 마음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넌지시 보여준다. 이 곡이 발라드 걸작으로 평가 받을 자격 있는 바탕이라고 본다.
‘Someone Like You’ 악보 중 도입부와 최저음 최고음 부분
가사의 경우, 여러분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아델의 또 다른 히트곡 ‘Rolling in the Deep’과 정확히 반대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델에 따르면 ‘Rolling in the Deep’은 ‘emotional closeness and dependence, especially in a romantic relationship’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해석하면 “감정적으로 친밀하고, 기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관계”에 대한 노래인 셈이다. 반면 ‘Someone Like You’는 이별을 노래하는 곡이다. 핵심 가사는 다음과 같다.
“신경 쓰지 마 너 같은 사람을 찾을 거니까/나도 너의 최선을 빌게/부디 날 잊지 마/네가 말한 걸 기억할 거야/때로는 사랑으로 남겠지만 때로는 그게 아플 때도 있다는 너의 말”
위 가사, 당연히 아델의 전 남자친구와의 헤어짐을 노래한 것이다. 한데 이후 흥미로운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그 남자친구가 자신에게도 곡에 대한 지분이 있다면서 저작권의 일부를 요구한 것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고민 끝에 허락해줬다고 전해진다. 여러분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해프닝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전 남자친구에게는 야유가, 아델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Someone Like You’ 저작권 요구된 가사 일부
마지막으로 사족 하나 덧붙인다. 한국인, 그 중에서도 축구 팬들은 아주 기뻐할 정보가 하나 있다. 우리의 아델, 다름 아닌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토트넘 핫스퍼의 오랜 팬이라고 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