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유튜브에서 전세계까지 '찰리푸스'
2023.10.24

스트리밍 시장에서 한국은 대단히 특이한 나라다. 거의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다시피 한 스포티파이가 여전히 약세인 몇 안 되는 지역인 까닭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토종 스트리밍 사이트가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가 아닌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 소비량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스포티파이와 국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음원 사이트 Top 3

그럼에도, 케이-팝 못 지 않게 한국에서 사랑 받는 몇몇 영미권 가수들이 있다. 그 중 대표로 찰리 푸스(Charlie Puth)를 꼽는다면 반대할 사람, 아마 없을 것이다. 그의 신곡은 발매되면 국내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을 찍고, 심지어 오랜 기간 그 순위를 유지한다.

심지어 얼마 전 열렸던 그의 공연은 하루도 아닌 이틀간 진행되었음에도 표가 싹 다 팔려버렸다. 물론 찰리 푸스 인기가 많은 줄은 알고 있었다. 한데 나도 놀랐다. 티켓 예매가 열리고 난 뒤 라디오 방송에 “피케팅(?) 실패해서 슬퍼요”라는 사연이 쇄도하는 게 아닌가.


2023 찰리 푸스 내한 공연 포스터와 지난 내한 공연 당시 모습의 찰리푸스

애초에 찰리 푸스를 막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았다. 그냥 “음악 좋네” 싶은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 어떤 곡을 처음 듣고는 그 자리에서 충격을 먹었다. 특히 후렴구의 전환이 소름 돋을 정도로 끝내줬다. 그렇다. 그 곡의 정체, 바로 ‘Attention’이다.

일단 찰리 푸스의 역사부터 간략하게 살펴본다. 기본적으로는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스타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커버 곡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처음 주목을 이끌어냈고, 결국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올랐다. 따라서 그는 2010년대 이후 변화한 음악 산업을 상징하는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전 유튜브 시절의 찰리푸스

2000년대 이전까지 가수나 밴드는 음반사의 간택을 받으려 애써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방법이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까닭이다. 그러나 2000년대가 지나고 2010년대가 되고,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관계의 역전이 발생했다. 레코드 회사의 권력이 축소되는 대신 뮤지션을 포함한 예술가들은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찰리 푸스 외에 저 유명한 트로이 시반(Troye Sivan)도 이런 경향을 잘 보여주는 싱어 송라이터다.

다시 ‘Attention’으로 돌아와서 이 곡의 핵심은 앞서도 강조했듯 후렴구에 위치한다. 이걸 영어로는 앤티 트롭(Anti-Drop)이라고 표현하는데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후렴구가 터지기 직전 분위기를 한껏 띄우다가 정작 완전히 다른 진행으로 시침 뚝 데고 돌아서는 것이다. 이 기가 막힌 후렴구에서 찰리 푸스는 사운드를 최소로, 베이스만 남긴 채 거의 텅 빈 상태로 가져가면서 잊히지 않는 순간을 길어낸다. 달랑 3분 30초짜리 곡에서 이렇듯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는 건, 작곡에 재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성취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다.


‘Attention’의 앤티 트롭(Anti-Drop) 부분

장르적으로는 1970, 80년대 소울/펑크(funk)에 팝적인 접근법을 더한 곡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재미있는 요소는 바로 가사가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곡에서 찰리 푸스는 ‘간만 보고 빠지기만 하는 여성’을 “넌 그냥 관종일 뿐이야”라면서 비판하듯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곡 속 주인공은 알고 있다. “너의 옷과 향수는 나에게 업보이자 후회지”라는 표현처럼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끌린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즉, 매력적인 누군가에 취해 갈팡질팡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다음 노랫말이 이를 말해준다. “이번에도 네가 이겼다는 걸 넌 이미 알고 있지.”

키(key)는 이플랫 마이너(E♭ minor)에 템포는 100bpm 정도 된다. 찰리 푸스의 보컬은 E♭3에서 B♭4를 오고 가면서 곡이 쥐고 있는 매혹적인 긴장감을 멋지게 구현해낸다. 글쎄. 누구에게는 조금 과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Attention’은 2010년대 이후 현대적인 팝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각인되었다. 이토록 세련된 그루브 앞에서는 나 같은 비평가도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찰리 푸스 광팬을 ‘찰푸덕’이라 부른다고 한다. ‘찰리 푸스 덕후’의 준말이다. 누가 처음 아이디어를 낸 건지 몰라도 상 줘야 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관련악보
앨범커버
Attention
Charlie Puth
Attention
B
P
M
S
O
C
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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