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Green Day ‘Last Night on Earth’ (2009)
2024.02.19

예상치 못한 곡이 뜰 때가 있다. 속칭 ‘미는 싱글’이 아닌데도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간판 싱글보다 되려 큰 인기를 얻는 경우, 대중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저 위대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은 1971년 4집을 발표하면서 아예 싱글 발매조차 안 했다. 그럼에도, 수록곡이자 대표곡인 ‘Stairway To Heaven’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이 곡이 제법 화제라는 걸 알게 된 계기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전 막내 작가 덕이었다. 이 친구가 일을 참 잘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가게 되었는데 음악캠프 작가로 일하는 마지막 날 이 곡을 신청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이 곡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진짜다. 증거도 있다. 이 곡이 실린 앨범 『21st Century Breakdown』(2009)의 해설지를 한국 발매 당시 내가 썼다. 그러나 이 곡이 몇 년 전부터 나이 어린 음악 팬들로부터 꽤 사랑받고 있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

대체 왜 인기인지 이유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어쨌든 현재 Z세대를 중심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과거’의 록 밴드가 몇 있다. 대표 셋만 꼽자면 린킨 파크(Linkin Park),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그리고 그린 데이(Green Day)다. 실제 린킨 파크의 곡 ‘Numb’(2003)은 록 음악 중 시대를 모조리 통틀어 유튜브 조회수 1위다. 무려 21억 회가 넘는다. 악틱 몽키즈의 ‘Do I Wanna Know’(2013)도 만만치 않다. 16억 회를 기록 중이다.

그린 데이의 이 곡 ‘Last Night on Earth’에 대한 반응도 상당하다. 특히 해외보다는 동양권에서의 지지가 두드러지는데 무엇보다 애절한 멜로디 라인 덕분인 것으로 추측된다. 그린 데이는 기타 록 밴드임에도 피아노로 이 곡을 썼다고 한다. 『21st Century Breakdown』을 작업하기 전 빌리 조 암스트롱이 피아노를 배웠고, 이를 어떻게든 활용하려고 한 결과물이 바로 이 곡인 셈이다. 그의 인터뷰를 듣는다.

“제 머릿속에 울리는 건 언제나 기타 교향곡이에요. 따라서 피아노로 어떻게 편곡하고 록에서 더 멀리 나아가면서도 방금 라몬즈(Ramones)의 노래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왼쪽부터 린킨 파크, 악틱 몽키즈, 라몬즈

라몬즈는 전설적인 펑크(Punk) 밴드다. 그린 데이의 대선배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빌리 조 암스트롱은 이 곡을 통해 멜로딕한 펑크를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요컨대 자신들의 기존 개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내려 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멜로디컬’이라는 단어는 영어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멜로딕’이라고 써야 옳다.

가사 내용은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다시피 사랑 노래다. 그것도 베이시스트인 마이크 던트(Mike Dirnt)가 강조한 것처럼 “엄청나게 당당한 사랑 노래(The most unapologetic love song)”다. 빌리 조 암스트롱은 이 곡을 통해 아내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진성이 아닌 가성으로 처음 불러봤는데 제법 괜찮아 안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음악적으로는 정말이지 심플한 전개로 이뤄져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D-Dm-A, 이렇게 코드 3개로 끝이다.


악보바다의 Last Night on Earth 멜로디, 코드 악보.

이를 통해 우리는 이 곡이 철저히 ‘펑크’적인 기반 위에 쓰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펑크란 무엇인가. 코드 3개만 알면 당신도 곡 쓸 수 있다는 거다. 엘리트만 음악 하란 법이 어디 있냐는 반문 속에서 탄생한 장르가 바로 펑크다.

변화하려는 자세는 좋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고인물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변화에 찬사를 보낼 수는 없다. 어떤 변화는 성공적인 반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했을 변화도 있다. ‘Last Night on Earth’를 통해 그린 데이는 펑크라는 뿌리를 잊지 않으면서도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편곡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냈다. 그 결과, 직관적(펑크)이면서도 풍성한(피아노) 멜로디를 일궈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Last Night on Earth’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바탕이 아닐까 싶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관련악보
앨범커버
Do I Wanna Know?
Arctic Monkeys
Do I Wanna Know?
B
P
M
S
O
C
MR
앨범커버
Last Night On Earth
Green Day
21st Century Breakdown
B
P
M
S
O
C
MR
앨범커버
Stairway To Heaven
Led Zeppelin
Led Zeppelin(4집)
B
P
M
S
O
C
MR
앨범커버
Numb
Linkin Park
Meteora(3집)
B
P
M
S
O
C
MR
최신 스페셜톡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1987)
용어 수정부터 한다. 1980년대 많은 인기를 모았던 메탈 장르들 중 LA 메탈이라는 게 있다. 아니, 사실은 없다. LA 메탈이라는 건 없다. 완전 없다. 본토인 영미권 음악계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이다. 우리
The Cranberries ‘Zombie’(1994)
우리는 착각을 하고 산다. 예를 들어 팝이라고 하면 영국과 미국인은 가사 다 이해하고, 그것에 맞는 TPO(Time, Place, Occasion) 정도야 철저하게 지키면서 감상하거나, 따라 부를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Z세대 틱톡 아이콘 ‘Olivia Rodrigo’
순위 매기기를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좀 더 선명한 취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 봤다. 대체 나에게 2023년 최고의 팝은 무엇이었을까를 고민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