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Guns N’ Roses – Sweet Child O’ Mine(1987)
2024.04.16

용어 수정부터 한다. 1980년대 많은 인기를 모았던 메탈 장르들 중 LA 메탈이라는 게 있다. 아니, 사실은 없다. LA 메탈이라는 건 없다. 완전 없다. 본토인 영미권 음악계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표현이다. 우리가 LA 메탈이라는, 있지도 않은 장르 명을 쓰게 된 건 일본 평단의 영향이다. 이쪽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들 중 유독 LA 출신이 많아서 발생한 오해다.

서구에는 보통 글램 메탈(Glam Metal)이라고 칭한다. 티렉스(T. Rex),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등 화려한 이미지를 내세운 1970년대 글램을 외모적인 측면에서 계승한다는 의미다. 그도 아니면 팝 메탈이라고 칭한다. 헤비메탈이면서도 팝적인 접근법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유독 머리를 길게 길렀다는 이유로 붙은 이름도 있다. 바로 ‘헤어’ 메탈이다.


왼쪽부터 본 조비(Bon Jovi), 머틀리 크루(Motley Crue), 신데렐라(Cinderella)


나는 글램 메탈/팝 메탈/헤어 메탈 무지하게 좋아한다. 머틀리 크루(Motley Crue), 콰이어트 라이어트(Quiet Riot), 본 조비(Bon Jovi), 도켄(Dokken), 포이즌(Poison), 엘에이 건스(LA Guns), 스키드 로(Skid Row), 신데렐라(Cinderella) 등 자료를 찾지 않아도 이름을 줄줄이 댈 수 있다. 한데 좀 애매한 포지션의 밴드가 있다. 아니, 도리어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기에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지만 거의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평론을 찾아보면 이 밴드를 글램/팝 메탈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나에게 묻는다면 후자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 바로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다.

내 기준에 건스 앤 로지스는 그냥 끝내주게 음악 잘했던 하드 록 밴드다. 헤비메탈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큰 관점에서는 아니라고 본다. 이유는 이렇다. 무엇보다 오리지널 헤비메탈은 ‘블루스가 (거의) 없음’을 그 특징들 중 하나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와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음악을 들어보라. 블루스적인 뉘앙스를 거의 느낄 수 없다. 따라서 ‘찐’한 블루스 음계를 오르내리는 슬래시(Slash)의 기타 때문에라도 건스 앤 로지스는 하드 록으로 구분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곡, ‘Sweet Child O’ Mine’을 빼놓고 건스 앤 로지스를 설명할 수 없다. 1987년 발매된 데뷔 풀-렝스 앨범이자 걸작 『Appetite for Destruction』의 수록곡으로 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사랑 받는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곡,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신청곡 여전히 들어온다. 거의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계속 리퀘스트가 오지 않을까 싶은 곡들 중 하나다.



역사적인 기타 리프의 톤을 잡아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다 결국 시모어 던컨 알니코 2(Seymour Duncan Alnico II) 픽업이 달린 깁슨 레스폴에 마샬 앰프를 사용해 특유의 기름지면서도 두텁고, 힘이 실려있는 톤을 뽑아낼 수 있었다. 기실 이 리프를 떠올리게 된 건 우연에 가까웠다. 선셋 스트립에 있는 집에서 잼 세션을 하기 전에 드러머 스티븐 애들러(Steven Adler)와 슬래시가 연습을 먼저 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슬래시가 애들러에게 웃긴 표정을 지으면서 ‘서커스’에 가까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가능성을 발견한 주인공은 리듬 기타리스트 이지 스트래들린(Izzy Stradlin)이었다. 슬래시에게 “방금 그거 다시 해봐”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후 스트래들린이 코드를 짜고, 더프 맥케이건(Duff McKagan)이 베이스라인을 만들고, 애들러가 비트를 더했다. 슬래시의 자서전에 따르면 “달랑 한 시간 만에 기타 연습이 다른 뭔가가 되었던 것”이다. 액슬 로즈(Axl Rose)는 자신의 방에서 멤버들의 연주를 감상하면서 가사를 썼고, 다음 날 오후 완성했다. 곡에서 ‘Sweet Child O’ Mine’은 당시 액슬 로즈의 여자친구였던 에린 에벌리(Erin Everly)를 뜻한다. 로큰롤의 전설 에벌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의 멤버 돈 에벌리(Don Everly)의 딸이기도 하다.

곡은 일반적인 형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우리 이제 어디로 가지?(Where do we go now?)”라는 브레이크가 붙어있는데 곡 마무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액슬 로즈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은 생각에 저 문장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이걸 엿들은 멤버들이 “바로 그거야”하면서 이 브레이크 부분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코드 진행은 의외로 단순하다. 기타 인트로와 버스 모두 D-C-G-D 진행이 순환하고, 코러스에 이르면 A-C-D로 바뀐다. 원곡의 튜닝은 반음 낮게 되어있다. 이후에도 코드만 보면 지극히 평범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우리가 듣는 대중음악이 대개 이렇다. 요컨대 평범함으로부터 비범함을 끌어올릴 줄 아는 재능이 핵심인 셈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B사이드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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