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Muse - Time is runnning out(2003)
2024.05.20

드럼을 쳤다. 일주일에 한번씩, 대략 3년 정도. 스승이 누군지도 말할 수 있다. 과거 아시안 체어샷이라는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던 이용진씨다. 홍대 인디 쪽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드럼 진짜 잘 치는 친구다. 그의 친절한 가르침 덕에 내 드럼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재능 부족이 심각했다. 지면을 빌려 그의 끈기 있는 교육 방침에 감사를 전한다. 현재는 이날치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가 박치일 거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타고난 칼박이라거나 인간 메트로놈까지는 아니어도 박자 감각만큼은 나쁘지 않다. 이용진씨의 지도 아래 기초를 먼저 단련하고, 쉬운 곡부터 하나씩 도장깨기하듯이 격파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저런 이유로 급증하는 스케줄 때문에 레슨을 관둬야 했다. 그래서 이 곡으로 골랐다. 바로 내가 마지막으로 드럼 연습했던 곡, 뮤즈의 ‘Time Is Running Out’이다.


time is running ou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이 곡의 인기는 굳이 중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특히 90년대생들이 스쿨 밴드를 했을 때 단골 레퍼토리로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이 곡 연주해본 사람 추측하건대 부지기수일 것이다. 핵심 가사는 다음과 같다.

“물에 잠기고 있는 것 같아/질식하고 있어/네가 걸어놓은 이 저주를/깨버리고 싶지만/넌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모순이지/이 게임에 놀아나고 싶어”

보컬 매튜 벨라미(Matthew Belamy)는 이 곡의 주제에 대해 “인간 관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살면서 우리는 치명적인 뭔가를 만나곤 한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저것과 접촉하면 나만 손해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바로 그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 심지어 이 관계를 즐기는 순간으로 발전하기까지 한다. 과연, 흥미롭다. 어쩌면 화자는 고통스러운 현재를 호소하면서도 그것이 치유되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그 증상을 ‘향유’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은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매튜 밸라미가 말한 인간관계라는 주제를 조금 좁혀서 사랑과 이별로 한정한다면 그 과정 속에서 우리 모두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기에 차라리 이별 뒤의 증상을 향유하면서 조금이나마 떳떳해지기를 욕망한다.

가사에 맞춰 곡의 기세는 맹렬하게 전개된다. 초반부 정도를 제외하면 숨쉴 틈도 없이 듣는 이를 몰아치는 구성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등 이 곡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파트가 마치 탱크가 육박해오는 것처럼 우리의 청각을 습격한다. 뮤즈 팬들, 더 나아가 록 팬들이 이 곡을 애정하는 가장 큰 바탕일 것이다.



곡 구조는 심플하다. 인트로를 시작으로 2번의 버스와 1번의 브리지를 거쳐 코러스로 진입하는, 지극히 기본적인 만듦새를 지니고 있다. 코드 진행의 경우 Am-B-E-F-G가 반복되는 식이다. 드럼은 내가 좀 쳐봐서 아는데 아주 높은 난도는 아니다. 물론 내가 드럼을 칠 때의 소리와 도미닉 하워드(Dominic Howard)의 소리 간에는 엄청난 격차가 존재한다. 그의 소리가 천둥처럼 내리친다면 내 소리는 기껏해야 건전지 볼트쯤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인다. 베이스 연주자 크리스 볼첸홈(Chris Wolstenholme)에 따르면 이 곡의 리듬은 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비교해서 청취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B사이드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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