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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 - Beat It(1982) 전설이 된 록과 R&B의 협업
2024.06.17

1982년 어느 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프로듀서인 퀸시 존스(Quincy Jones)를 중심으로 산타모니카에서 긴급 회의가 소집됐다. 그는 프로덕션 팀에게 엄청난 과제를 발표했다. "좋아요, 여러분, 우리가 음반 산업을 구해보자고요!" 그들은 11월 30일 발매 일정에 맞춰 마이클 잭슨과 함께 'Thriller'를 완성했다.

당시 미국 음반업계는 정말 위기였다. 예를 들어 마이클 잭슨의 소속사였던 CBS의 경우 1982년 매출은 10억 달러였지만 수익은 고작 2,200만 달러였다. CBS는 8월 13일에 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직원 3백 명을 해고했다. 전후 음반 업계에서 이런 일은 거의 없었다.

승리가 절실히 필요했던 CBS의 사장은 1979년 디스코 블록버스터 'Off The Wall' 이후 앨범을 발표하지 않고 있던 마이클 잭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음악을 만들고, 포장하고, 매장에 진열할 또 다른 스매시 히트가 다가올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퀸시 존스가 긴급 회의를 소집한 이유다.



실제로, 마이클 잭슨의 'Thriller'는 당신 레코드 산업을 구했다. 9곡으로 구성된 트랙리스트에서 7곡의 싱글이 모두 톱 10에 진입했고, 음반은 37주 동안 1위를 유지했다. 발매 1년 만에 CBS는 'Thriller'로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지난 몇 년의 우울함을 단숨에 씻어냈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앨범은 현재까지 4,500만 장이 판매되었다. 1억장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Beat It'은 바로 이 앨범의 핵심에 위치한 곡들 중 하나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지금까지도 라디오 리퀘스트가 끊이질 않는다. 커버 밴드들에게도 이 곡은 여전히 인기만점이다. 유튜브에 'Beat It Cover'라고 한번 쳐보길 바란다. 리스트가 끝도 없이 나올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곡의 골격은 '록'이다. 퀸시 존스가 마이클 잭슨에게 “록 음악이 필요해. 이런 스타일로 한번 만들어봐”라면서 앨범 하나를 건넸다고 한다. 바로 지금도 어디선가 아마추어 밴드가 카피하고 있을 그 곡, 낵(The Knack)의 'My Sharona'였다. 이후 퀸시 존스와 함께 작곡에 들어간 마이클 잭슨은 다음 같은 곡을 쓰고 싶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던 바 있다.

“그런 곡을 쓰고 싶었어요. 만약 내가 록 음악을 좀 듣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그런 곡. 아이들이 정말 즐길 수 있는 그런 곡, 초등학생이든 대학생이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노래 말이에요.”

그런데 정말로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초등학생, 대학생 가릴 것 없이 연령, 성별, 인종 무관하게 전 세계가 이 곡에 열광을 바쳤다. 그러니까, 퀸시 존스의 전략은 (흑인) 알앤비와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주로 백인이 선호하는) 록의 결합이었다. 그는 이러한 방법론을 통해 더 큰 시장을 타깃으로 삼으려 했다. 세상은 이걸 '크로스오버'라고 불렀다.


왼쪽부터 에디 밴 헤일런, 마이클 잭슨, 퀸시 존스


키는 E♭ 마이너, 마이클 잭슨의 보컬은 B♭3에서 A♭5를 오고 가면서 곡을 리드한다. 한데 이 곡의
주역은 마이클 잭슨은 보컬만이 아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에드워드 밴 헤일런(Edward Van Halen)의 기타 솔로다.


기타 솔로 시작 부분(Half Step Down Tuning으로 Em로 표기, 원곡은 Ebm)

처음엔 장난 전화인줄 알았다고 한다. “마이클 잭슨이 대체 왜 나에게?” 싶었던 것이다. 이후 전화가 진짜임을 알게 된 에디 밴 헤일런은 스튜디오로 가서 팝 역사에 영원히 남을 명품 솔로를 녹음했다. 그러나 에디 밴 헤일런이 연주한 건 '솔로'뿐이다. 솔로를 제외한 리드 기타는 토토(Toto)의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가, 리듬 기타는 폴 잭슨 주니어(Paul Jackson, Jr.)가 쳤다.

하나 더 있다. 기타 솔로가 시작되기 바로 전 문을 노크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드럼케이스를 두드려서 녹음했다고 한다. 크레디트를 보면 '마이클 잭슨 드럼 케이스 비터(beater)'라고 표기되어 있다. 여기서도 'beat'라는 단어를 활용한 것이다.

가사 내용은 두 갱(gang) 집단의 갈등을 골자로 한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부터 영향 받은 것인데 무엇보다 폭력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싸움 따위 하지 말고, 상남자인 척 제발 그만하고, 그냥 “떠나!(beat it!)”라는 것이다. 마이클 잭슨이 꾸준히 천착해온, 평화를 향한 메시지가 녹아있는 곡인 셈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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