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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 Dragons - Believer (2017) 마이크로 장르 시대의 록 히어로
2024.07.18

21세기로 한정한다면 "록"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밴드는 등장해서 기어코 히트작을 내놓고야 만다. 언제나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그 어떤 장르든 "죽은" 장르는 없다는 거다. 록은 죽지 않았다. 재즈도 죽지 않았다. "그럼 제가 죽은 사람이라는 건가요?" 어떤 재즈 연주자의 언급처럼 말이다.

바야흐로 마이크로 장르의 시대다. 즉, 장르의 세분화가 대세가 된 이유는 기실 간단하다. 이미 나올 장르는 다 나왔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음악은 이를 테면 직소퍼즐 같은 것이다. 영리하게 훔치고, 레퍼런스 삼고, 큐레이팅하고, 엮어보고, 이렇게 엮은 걸 한번 더 엮어보고 하는 과정 속에 수많은 마이크로 장르가 탄생했다. 록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다른 장르와의 융합은 이제 선택 아닌 운명이다. 그리고 그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여 음악적인 장점으로 전환한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히트곡 개수만 쭉 살펴봐도 2010년대 이후 최고 인기 록 밴드라고 할 수 있다. 히트곡의 기준이라 할 빌보드 핫 100 톱 20 히트곡만 9개, 전세계 앨범 판매고는 4천 6백 만장 정도에 이른다. 2008년 데뷔했음을 고려하면 뭐로 봐도 엄청난 수치다. 기본적으로는 팝 록 밴드로 분류된다. 팝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알고 있다시피 이매진 드래곤스의 세계에서는 힙합과 일렉트로닉 역시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대표곡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아무래도 이 싱글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멜론 차트 좋아요 개수가 가장 많다. 바로 "Believer"다.

"Believer"는 우선 덩어리가 큰 음악이다. 마치 전차가 느릿느릿 전진하는 것 같은 리듬으로 듣는 이를 서서히 압박하는 형태의 곡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그 와중에 리듬의 뼈대에는 힙합과 일렉트로를 절묘하게 섞는 식으로 영민하게 변칙을 집어넣었다. 기실 이매진 드래곤스의 많은 곡들이 이런 식이다. 양감으로 밀어붙이는 와중에 리듬 파트에는 힙합 브레이크 비트와 일렉트로 사운드를 배치하는 구조를 지닌 곡이 여럿이다.



템포는 분당 125 bpm의 알레그로다. 박자는 12/8. 이로부터 리듬에 변주 가하기를 즐기는 그들의 음악적 지향이 다시 한번 입증된다. 키는 B♭ minor에 보컬 댄 레이놀즈(Dan Reynolds)의 음역대는 A♭3에서 D♭5를 넘나 든다. 내가 한번 불러봤는데 "You made me a believer"를 외치는 절정부가 특히 만만치 않은 곡이다. 키 낮은 사람이 함부로 도전했다가는 음 이탈되기 십상이다.

실제 고통으로부터 영감을 길어 올린 노래다. 댄 레이놀즈 인터뷰에 따르면 강직성 척추염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불안감과 대중을 대한다는 것, 그로 인한 압도감, 밴드의 성공, 질병, 우울증 등 인생에서 고통스러웠던 구체적인 일들을 되돌아보는 노래에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 인생의 고통에 어떻게든 감사할 수 있는 관점을 찾고, 그것을 가장 큰 강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곡이라고 할 수 있죠."

이매진 드래곤스의 음악들 중에는 유독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또 다른 히트곡이자 NBA 덕에 더 유명해진 "Thunder"는 요약하면 "내 꿈을 비웃던 사람들을 향해 날리는 시원한 일갈"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이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가사의 일부다. "Now I"m smiling from the stage while/You were clapping in the nose bleeds."

해석하면 "나는 이제 무대에서 서서 웃고 있는데/(내 꿈을 조롱하던) 너는 "nose bleeds"에서 박수치고 있지."라는 뜻이다. 여기서 "nose bleeds"는 "공연장 맨 뒤 가장 싼 자리"를 뜻한다. (실제로는 당연히 그럴 일이 없지만) 경사 때문에 압력이 작용해 코피가 터지는 좌석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매진 드래곤스의 노랫말에는 유독 "나 자신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많다.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화두로 떠오른 즈음과 그들의 음악이 주목 받기 시작한 때가 거의 일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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