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퀸,David Bowie - Under Pressure(1981) 억압을 넘는 사랑의 힘
2024.08.21

확실히 땡긴다. “이 베이스 한번 퉁겨보고 싶은데?” 이런 욕망이 저절로 드는 연주다. 정말로 그렇다. 카피 밴드들 중에 이 곡을 레퍼토리로 삼고 있는 경우, 아마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는 기타를 쳤지만 이 곡에 처음 매혹된 건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흘러나오는 베이스 연주 때문이었다.

물론 비단 이 곡 ‘Under Pressure’만은 아니다. 퀸(Queen)의 음악은 대한민국에서 언제나 사랑 받아왔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기폭제가 됐으니 이렇게 된 것 아니냐고 말이다.



아니다. 퀸의 명곡들은 영화 개봉 이전에도 이미 인기가 굉장했다. 어느덧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일한 지 18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신청곡 많이 받은 횟수 1위는 비틀스(The Beatles)가 아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도 아니다. 단연코 퀸이다. 곡으로는 물론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가 넘버원이지만 뮤지션/밴드를 기준으로 하면 퀸을 넘어설 수는 없다. 한국에서 그들만큼 사랑 받은 해외 밴드는 글쎄,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대체 누가 이 매력적인 베이스 라인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 엇갈린다. 대체로 베이시스트인 존 디콘(John Deacon)이 했겠지 싶을 것이다. 한데 존 디콘은 인터뷰에서 이 곡에 참여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아이디어를 낸 거라고 말했다.

반면 브라이언 메이(Brian May)와 로저 테일러(Roger Taylor)는 존 디콘이 한 거라고 밝힌 적이 있다. 데이비드 보위의 경우 “내가 곡에 참여하기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고 술회했다. 글쎄, 어떤 게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보위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된 초기 버전이 있기는 있다. 단, 제목이 다르다. ‘Feel Like’다.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다. 이 버전에서는 베이스 아닌 기타가 곡을 주도한다.

곡이 발매된 해는 1981년이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초반은 수퍼스타들이 협업을 하는 게 대유행이었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스티비(Stevie Wonder)는 ‘Ebony And Ivory’(1982)를 발표했다.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와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는 ‘Endless Love’(1981)로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어디 이뿐인가. 케니 로저스(Kenny Rogers)와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함께 한 ‘Islands in the Stream’(1983)은 지금도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올-타임 리퀘스트다. 폴 매카트니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e Girl Is Mine’(1982)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Under Pressure’의 인기 역시 대단했다,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이후 1990년 대히트한 바닐라 아이스(Vanilla Ice)의 ‘Ice Ice Baby’에 샘플링되어 다시 화제를 모았다. 기실 곡 작업 당시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데이비드 보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고 한다. 이를테면 “누가 더 늦게 스튜디오에 오느냐” 같은 자존심 싸움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은 멋지기도 하고, 끔찍한 면도 있었어요. 하지만 녹음 세션을 돌이켜보면 멋진 기억이 더 많아요.” 브라이언 메이의 회상이다.

가사 내용은 ‘억압’에 대한 것이다. 인간을 파괴하는 억압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핵심 노랫말은 이렇다.



“빌딩을 무너뜨리고 가족을 찢어놓은 억압/그 속에서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리지/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안다는 건 곧 공포야/좋은 친구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여기서 나가게 해달라고/우리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줄 순 없을까?/사랑을 줘”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다. 퀸과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 이 곡을 라이브로 연주하고, 노래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보위는 “이 곡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퀸의 라이브에 초대되는 날이 오겠지”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분도 다 알다시피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참고로 이 곡의 수많은 커버들 중 내가 꼽는 최고는 애니메이션 『해피 피트 2』에 실린 버전이다. 핑크(Pink)가 노래했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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