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에드 시런 - Shape of You (2017) 글로벌 히트의 비밀
2024.09.20

'Shape of You'의 작곡 크레디트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총 6명이다. 이상하다. 공동 작업이 대세가 된지 오래라고 해도 좀 많은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이유는 이렇다. 원래 이 곡의 공동 작곡자는 총 세 명이었다. 에드 시런(Ed Sheeran), 스티브 맥(Steve Mac), 그리고 조니 맥데이드(Johnny McDaid). 여기에 3명의 작곡자가 후에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고 표절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사전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Shape of You'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특정 구절의 가사와 리듬을 티엘씨(TLC)의 1999년 히트곡 'No Scrubs'에서 따왔고, 곡을 발매하기 전에 이미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Shape of You'의 가사들 중 다음 부분을 귀 기울여 들어보길 권한다.

"Boy, let's not talk too much/ Grab on my waist and put that body on me"
(얘기는 됐고/내 허리를 잡아/네 몸을 나에게 붙여봐)

어떤가. 비슷하기는 확실히 비슷하다. 어쨌든 협상이 타결된 끝에 총 6명의 공동 작곡으로 결론이 났고, 이후 'Shape of You'는 발매되자마자 말 그대로 전세계를 강타했다. 이 곡은 현재 기준 '역사상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레코드' 2위에 올라있다. 횟수는 약 40억회 이상. 참고로 1위는 위켄드(The Weeknd)의 'Blinding Lights'(2019)다.

무엇보다 음반사 대표에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마땅하다. 애초에 에드 시런은 이 곡을 다른 가수에게 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구체적으로는 걸 그룹 리틀 믹스(Little Mix) 또는 리아나(Rihanna)와 루디멘탈(Rudimental)의 듀엣이었다. 한데 대표가 "이걸 왜 남을 줘. 너를 위해서 남겨놔."라고 조언을 했는데 에드 시런이 생각해도 "주크박스로 밴 더 맨을 틀어놓고(Put Van The Man on the jukebox)" 같은 가사를 리아나가 부를 것 같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구절에서 밴 더 맨(Van The Man)은 북아일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뮤지션 밴 모리슨(Van Morrison)을 뜻한다. 혹시 밴 모리슨을 잘 모른다면 그냥 리아나와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에드 시런의 가계(家系)에 아일랜드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밴 모리슨을 노랫말에 언급한 것이다.

에드 시런은 자신을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아티스트'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운드로 곡을 만들고, 알앤비적인 뉘앙스를 더하기 위해 TLC의 'No Scrubs'를 일부러 참고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곡을 들어보면 에드 시런의 장기, 즉 보컬과 랩의 중간 정도에서 유연하게 두 영역을 오고 가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에드 시런은 원래 랩 파트를 아예 따로 만들어서 래퍼에게 의뢰하려고 했다. 그 대상은 바로 제이 지(Jay-Z)였는데 제이 지는 다음 같은 말로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이미 훌륭해서 굳이 랩을 더할 필요가 없어요."

장르적으로는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팝, 댄스홀, 트로피컬 등이 섞여있다고 볼 수 있다. 템포는 96rpm, 박자는 4분의 4박 기본을 따른다. 코드 진행 역시 여기에 맞춰 철저하게 근본을 고수한다. C♯m-F♯m-A-B (1도-4도-6도-7도) 진행이다. 랩과 가창에 모두 걸쳐있는 노래답게 음정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G♯3에서 G♯5까지다. 그러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따라 부르기 무지하게 어려울 것이다. 내가 영어를 좀 하는 편인데 쉽지 않았다.



기실 'Shape of You'는 뭐로 봐도 에드 시런이 발표한 이전 음악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곡이었지만 이게 먹혔다. 이 곡은 모든 측면에서 참으로 정확하게 적절하다. 리듬이든 멜로디든 오버하는 법이 없다.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을 조금도 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Shape of You'가 2017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싱글들 중 하나가 된 결정적 이유일 것이다.

글, 배순탁(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관련악보
앨범커버
Shape Of You
Ed Sheeran
÷ (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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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nding 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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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Hours (Delu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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