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콜드플레이-Fix You(2005) 상실을 위로하는 음악적 치유
2024.10.16

놀라운 소식이다. 8년 만에 성사된 2번째 내한, 그것도 4일이나 펼쳐진다는 뉴스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는데 심지어 연장이 결정됐다. 2025년 4월 총 6차례에 걸쳐 라이브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 바로 콜드플레이의 내한 공연이다.



나는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총 2번 봤다. 한번은 일본에서, 다른 한번은 8년 전 한국에서였다. 글쎄. 다음처럼 말할 수 있을 듯싶다. 예를 들어 당신이 콜드플레이를 막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치자. 그럼에도, 그들의 공연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꽤 높다. 비단 콜드플레이만은 아니다. 인간은 거대한 스펙터클로 울려 퍼지는 소리 앞에서 대개 감동받기 마련이다. 우리가 공연장을 찾는 바로 그 이유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유튜브에 ‘Coldplay Fix You Sao Paolo’라고 친 뒤에 라이브 영상을 감상해보길 바란다. 대신 조건이 있다. 콜드플레이가 아닌 관객들의 표정을 봐야 한다. 환희로 가득 차서 눈물 흘리는 그들의 얼굴을 주시해야 한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나는 살면서 저런 순간을 얼마나 자주 맞이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도 저랬다. 솔직히 ‘Fix You’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더 이상 직접 찾아 플레이하지는 않지만 공연장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성격이 워낙 소심한 탓에 대놓고 눈물 흘리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풍경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당시 아내였던 기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를 위해 작곡한 음악이다.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에 따르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 힘겨워하고 있던 아내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이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데 당시 크리스 마틴과 기네스 팰트로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기네스 팰트로는 콜드플레이의 데뷔작 의 수록곡 ‘Everything’s Not Lost’를 반복해 들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겨냈다고 전해진다. 이 모습을 본 크리스 마틴이 “아예 음악을 하나 새로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오르간과 피아노 기반의 작곡은 명백히 의도한 결과다. 사별의 슬픔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보면 된다. E♭장조의 오르간으로 시작되어 이후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더해지고, 후반부에는 현악기가 합세해 곡의 덩치를 자연스럽게 불린다. 브리지 부분의 감흥도 빼놓을 수 없다. ‘제창’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곡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라이브에서 자연스럽게 관객의 목소리를 이끌어낸다. ‘Viva La Vida’의 후렴구와 함께 콜드플레이의 모든 음악들 중 단연코 투 탑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Tears stream down your face/When you lose somethin'' you cannot replace/I promise you I will learn from my mistakes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대신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실수로부터 배우는 내가 될 거라고 약속해

그리고 대망의 마무리. “빛이 너를 집으로 인도하고/따스하게 해줄 거야/내가 널 낫게 해줄게”. 과연 그렇다. 이런 가사 앞에서 냉정함을 잃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법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흔들리는 마음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눈물 흘리는 관객들의 표정을 보기 바란다.

영국 싱글 차트에서는 4위, 빌보드에서는 59위에 올랐다. 미국 기준으로 히트곡이라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차트 성적이 모든 걸 말해주지는 못한다. 영국에서든,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전세계 그 어디에서든, 이 곡에 깊이 감동하는 관객들의 표정이야말로 콜드플레이가 일궈낸 가장 위대한 성취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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