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Apt.)’로 알아보는 펑크(Punk)와 모던 록(Modern Rock)
2024년 최고로 중독적인 노래가 케이팝 스타를 통해 등장했다. 그렇다. 여러분도 알고, 나도 알고, 심지어 전세계가 흥얼거리고 있는 그 곡, 로제(Rosé)와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Apt.’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초)고층 주거지 형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에서 아파트는 반드시 고층은 아니고, 소규모에 단층일 수도 있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고층 아파트는 영어권에서 ‘콘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Condominium’을 줄인 표현이다.
러닝 타임은 3분이 채 되지 않는 전형적인 2020년대 히트곡이다. 솔직히 음악적으로 크게 분석할 구석은 거의 없다. 반복적인 드럼 비트와 약간의 효과음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략 30초경부터 시작되는 후렴구 진행에 주목해야 한다. 이 후렴구가 이 곡의 보편적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듣는 이를 강하게 붙들어놓기 때문이다. 아주 잘 써진 멜로디다. ‘아파트’를 반복하는 리듬감 넘치는 구호가 핵심으로 거론되지만 기실 이 곡의 생명선은 이 후렴구에 있다고 본다.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가 양념처럼 가미된 ‘팝 펑크’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극히 심플한 구조(펑크), ‘팝’적인 선율, 그리고 여러 이펙트(일렉트로) 등등. 익살스러운 뮤직비디오는 공개되자마자 인기에 불을 붙였고, 곧 세계적인 현상으로 급부상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순위는 이 글을 쓰는 시점 최고 8위. 따라서 뭐로 보나 2024년 후반기를 강타한 싱글 중 하나로 꼽혀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팝 펑크할 때의 ‘펑크’란 과연 무엇인가. 요약하면 펑크란 ‘뭐가 있다’기보다는 ‘뭐가 없는’ 음악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펑크는 연주의 뼈만 덜렁 남아있는 음악이다. 이유는 별 거 없다. 기왕의 ‘거대화되고 상업화된 록’에 대한 반동이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펑크는 “코드 3개만 알아도 음악 할 수 있다”를 모토로 삼았다. 그리하여 이른바 악기 거장들이 장악하고 있던 메인스트림 록을 공격 타깃으로 삼았다.
밴드 하나로 적시하자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야말로 펑크의 적이었다. 펑크의 시조새로 인정 받는 섹스 피스톨스(The Sex Pistols)의 조니 로튼(Johnny Rotten)은 원래 핑크 플로이드의 팬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쓰레기로 뒤덮인 공공 주택가를 바라보던 그는 핑크 플로이드가 “이런 상황엔 조금의 관심도 없이 저 꼭대기에 앉아 유유자적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로 엄청난 자본을 벌어들이는 모순적인 밴드”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는 매직 펜을 꺼내 입고 있던 핑크 플로이드 티셔츠에 써진 Pink Floyd라는 글자 앞에 “I Hate”를 더했다. 펑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연대기적인 관점에서 펑크는 무엇보다 ‘모던 록’을 탄생케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주 쉽게 설명하면 펑크 이전을 ‘클래식 록’, 펑크 이후를 ‘모던 록’이라 한다. 정리하면 펑크가 포스트 펑크(Post-Punk)가 되고, 포스트 펑크를 세련되게 다듬은 결과가 바로 모던 록이다.
따라서 모던 록은 펑크에 젖줄을 대고 있기에, 즉 ‘뭐가 없는’ 장르가 그 출발인 덕에 그 어떤 장르와도 ‘잘 붙는다’는 결정적인 장점을 지닌다. 특히 댄스/일렉트로닉과의 궁합이 좋다. 포스트 펑크에서 출발해 모던 록의 왕이 된 뒤 일렉트로닉을 실험한 유투(U2)의 커리어가 이를 정확하게 증명한다. 섹스 피스톨스의 데뷔작 타이틀 『Never Mind the Bollocks』의 일부를 아예 간판으로 내건 너바나(Nirvana) 역시 펑크다. 즉, 너바나도 모던 록이다.
펑크는 1990년대 그린 데이(Green Day)를 중심으로 하는 팝 펑크를 통해 상업적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밴드가 펑크를 음악적인 질료로 사용해 거대한 성공을 일궈냈다.
이렇듯 시간이 흘러 펑크는 시대적 반란을 꿈꾸는 운동이 아닌 장르적 차용을 위한 도구로 변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어차피 모든 혁명에는 끝이 있고, 종국에는 일상의 영역에 스며드는 법이니까. ‘Apt.’는 펑크적인 구성을 통해 중독성을 취하고, 여기에 팝 선율을 더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대표적인 사례로 앞으로도 거론될 것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