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Coldplay ‘Viva La Vida’(2008) –승리의 찬가, 새로운 도약
2024.12.10

콜드플레이(Coldplay)가 완성한 ‘승리의 찬가’다. 그들의 대표곡일뿐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록 밴드가 거둔 가장 눈부신 성취이기도 하다. 영어로 풀면 ‘Long Live Life’, 우리 말로 해석하면 “인생 만세” 정도 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은 결과물이다. 한데 이 그림은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삶을 찬미하는 예술적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수박의 잘린 단면은 그녀가 통과해야 했던 고통을 상징한다.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다음처럼 자신이 받은 인상을 밝혔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는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집에서 ''Viva la Vida''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전 그녀가 보여준 용기, 대담함에 매료되었죠."



가사는 왕의 몰락과 비참한 최후, 혁명을 통한 민중의 승리 등으로 귀결될 수 있다.

I used to rule the world
세상을 지배했었지


Seas would rise when I gave the word
바다도 내 명령에 따랐어


Now in the morning I sleep alone
이제 나는 아침에 혼자 잠들고


Sweep the streets I used to own
한때 내 것이었던 거리를 청소하네



I used to roll the dice
내가 진군을 외치면


Feel the fear in my enemy's eyes
적들은 두려움에 떨었지


Listen as the crowd would sing
(하지만) 군중의 노래가 들리네


“Now the old king is dead long live the king”
“이제 폭군은 죽었다. 새로운 왕 만세”



이후 곡 주인공은 자신의 성이 “소금과 모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자신을 위한 “검과 방패”가 되어줄 “예루살렘의 종소리”와 “로마 기병대의 합창”을 듣는다. 물론 환청이다. 마침내 주인공은 깨닫는다. 천국의 문에 들어갈 자를 성 베드로(Saint Peter)가 호명할 때 자신의 이름은 거기에 없을 거라는 걸.

키는 A♭ 메이저. 코드 진행은 D♭5-E♭7-A♭-Fm으로 진행된다. 4분의 4박자에 템포는 분당 138. 콜드플레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주제에 걸맞게 웅장한 스트링 연주가 곡 전체를 이끌고, 감정을 고양시키는 퍼커션 리듬이 듣는 이를 압도한다. 뭐로 봐도 “작정하고 만들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뮤지션/밴드에게 마치 운명과도 같은 순간이 존재한다면 콜드플레이에게 그것은 바로 이 곡 ‘Viva La Vida’일 것이다. 다른 곡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차트 성적과 상복 모두 대단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그래미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거머쥐었다. 참고로 그래미 ‘올해의 노래’는 작사/작곡자에게 주는 상이다. 만약 가수와 작사/작곡자가 다르다면 가수는 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노라 존스(Norah)의 ‘Don’t Know Why’가 대표적이다.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와 올해의 노래를 모두 받았지만 작사/작곡에 참여하진 않았으므로 후자의 상은 노라 존스 수상으로 치지 않는다. 올해의 레코드는 한 장의 레코드(앨범이 아닌 곡을 말한다.)에 참여한 사람모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예를 들어 가수뿐 아니라 엔지니어도 후보 자격을 얻는다.

어느덧 발매된 지 16년이 넘었음에도 ‘Viva La Vida’는 콜드플레이 역사의 분수령으로 지금도 거론된다. 이런 측면에서 이 곡과 앨범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역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브라이언 이노는 그저 가능성 있는 포스트 펑크 밴드였던 유투(U2)를 세계 최정상으로 끌어올린 바로 그 프로듀서다. 그는 콜드플레이에게 대놓고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당신들 노래는 너무 길고, 반복적이다. 곡 쓰는 방식도 다 비슷하다. 사운드도 똑같다.” 그가 권유한 접근법은 “더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해질 것”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 뭔가 사운드적으로는 거창하고, 가사에서는 지성미가 느껴지는 이 곡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과연,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게 퀸시 존스(Quiny Jones)가 있었던 것처럼 콜드플레이에게 브라이언 이노가 없었다면 이 걸작은 탄생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훌륭한 프로듀서가 꼭 필요한 이유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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