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룬 파이브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몇 있다. 그 중 하나, 바로 탁월한 상업적 감각이다. 글쎄. 2000년대 이후 적어도 히트곡의 개수에 관해서라면 ‘밴드’씬(Scene)에서 그들과 견줄 후보는 없다고 봐야 한다. 단연 독보적인 존재다.
전세계 앨범 판매고는 1억 2천 만장 이상, 빌보드 톱 20 안에 안착한 곡은 현재까지 정확히 20개다. 따라서 팬들마다 애정하는 곡 역시 천차만별. 여기서 고백하자면 내가 영순위로 꼽는 음반은 마룬 파이브의 1집 『Songs About Jane』 또는 2집 『It Won''t Be Soon Before Long』이다.
이유는 이렇다. 기본적으로 마룬 파이브는 펑크(funk)적인 특성이 강한 밴드였다. 즉, 이 두 음반에서 우리는 그들이 주조해내는 ‘쫄깃한’ 비트를 마음껏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은 팝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방향성을 달리 가져갔다. 내 애정의 크기는 서서히 줄어든 대신 거대한 히트가 마치 해일처럼 팝 계를 덮쳤다. 뭐로 봐도 후자 쪽이 나은 셈이다. 한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듯 선호도가 줄었음에도 이 곡에는 마음이 갔다. 2015년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오른 히트곡 ‘Sugar’다.
뮤직비디오가 무엇보다 화제였다. 마치 결혼식장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축가를 불러주는 컨셉트가 제대로 먹혔고, 공전의 히트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맡은 감독은 데이비드 돕킨(David Dobkin). 인터뷰에 따르면 애덤 르빈(Adam Levine) 쪽에서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데이비드 돕킨은 『웨딩 크래셔』(2006)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웨딩 크래셔』는 결혼식에 난입하는 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그래서인지 돕킨이 먼저 “결혼식에 서프라이즈 밴드로 등장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애덤 르빈에게 제안했다고 전해진다.
최초 계획은 커플 모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잠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거듭 회의한 끝에 ‘신랑’에게만 알리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고, 대신 밴드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그저 “그래미를 수상한 굉장히 유명한 밴드” 정도의 정보만 제공했다고 한다. 나중 몇몇 신랑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못할 것 같다.”고 하자 마룬 파이브임을 밝히고 재차 설득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혼식이 열린 장소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여러 연회장이었다. 한 결혼식장에서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나머지 멤버 전원이 9층 계단을 뛰어올라가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장르적으로는 디스코, 팝, 여기에 약간의 펑크(funk)가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집과 2집에 비한다면 쫄깃함은 확실히 덜하다. 러닝 타임은 3분 56초. D♭ 장조로 작곡되었고, 템포는 120bpm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감을 유지한다. 애덤 르빈의 보컬은 A♭3에서 F5까지 두 옥타브 이상의 음역을 아우르는데 가성으로 노래하는 고음 부분의 경우, 깔끔하게 노래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 정말 많이 봤다. 그러면서 다음 같은 생각을 했다. “진짜 멜로디 잘 뽑기는 한다. 뮤직비디오 컨셉트도 좋고.”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나 역시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데 너무 과하게 상업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입장을 지닌 사람들을 보면 나처럼 1집과 2집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실 마룬 파이브처럼 커리어 초반과 그 이후의 극명한 차이로 인해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밴드는 음악 역사에 널려 있다. 어쩌면 이런 취향의 대립이야말로 상업적 밴드로서 그들의 독보적인 위치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주는 게 아닐까.
참고로 한국에서는 대개 ‘리바인’이라고 표기하지만 ‘르빈’이 정확한 발음에 가깝다. 아담의 경우, 아담으로 쓸까 애덤이라고 쓸까 하다가 그냥 애덤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머룬은 또 마룬이라고 표기했으니, 나도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부디 나처럼 쓸데없는 거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