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Pink Floyd `Comfortably Numb`(1979) - 소통의 부재와 음악의 힘
2025.03.20

가끔 질문을 받는다.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쉽지 않다. 이 곡을 말할까 싶으면 저 곡이 아쉽고, 저 곡을 언급할까 싶으면 다른 곡이 눈에 밟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영상으로 가장 많이 봤던 라이브는 뭔가요?"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Comfortably Numb"이다. 적시하면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David Gilmour)의 "폼페이 라이브" 버전을 지금도 잊을 만 하면 감상한다. 글쎄, 모르긴 몰라도 500번은 넘지 않을까 싶다. 유튜브에 David Gilmour Pompeii Comfortably Numb이라고 치면 볼 수 있다.



이 곡의 존재감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을까. 핑크 플로이드의 숱한 명곡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힌다. 이유는 분명하다. 곡 후반부에 들을 수 있는 데이비드 길모어의 미친 기타 솔로 때문이다. 이 기타 솔로 때문에라도 이 곡은 웬만하면 라이브로 감상해야 한다. 스튜디오 버전도 훌륭하지만 라이브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에 아무래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이 곡을 라디오에서 플레이하는데 후반부의 기타 솔로를 생략한다면, 그것은 반칙이다.

먼저 이 곡이 실린 핑크 플로이드의 걸작 『The Wall』(1979)의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 요약하면 현대사회 속 인간의 소외감에 대한 것이다. 『The Wall』은 컨셉트 앨범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음반의 주인공은 핑크(Pink)라는 소년이다. 그는 어린 시절 권위적인 아버지, 과잉 보호하는 어머니, 억압적인 사회 구조 등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다. 이런 이유로 그는 자신의 내부에 "벽"을 쌓고 소통을 거부한다. 그러나 핑크는 종국에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고 벽을 부순다. 그러고는 재탄생한 자신과 함께 사회로 나아간다. 대강 이런 스토리다.

"Comfortably Numb"은 이 이야기에서 핑크의 내면적 붕괴를 상징하는 곡이다. "편안하게 멍해진" 그의 내면은 이제 소통의 기능을 상실했다. 마약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핑크는 마비된 감각 속에서 오히려 평온을 느낀다. 참고로 이 곡은 밴드 멤버 로저 워터스(Roger Water)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써졌다. 투어 중 몸이 아픔에도 계약 때문에 진통제를 맞고 강제로 무대에 서야 했던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이제 눈치챘을 것이다. 이게 바로 클래식의 힘이다. 고전에는 시제가 없다. 진정한 고전은 과거와 당대, 미래를 모두 아우르면서 의미를 획득한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 놓여있는 거대한 크기의 벽을 보라. 거기에 중간은 없다. 벽을 사이에 두고 나와 의견이 다르면 그저 악마화된 적으로 간주할 뿐이다.

나는 우리가 문학과 철학과 음악과 영화를 읽고 보고 듣고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하나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오로지 이분법으로만 재단하는 절대적이고, 폭력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소통의 도구로 출발한 소셜 미디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가 전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편견을 그저 강화한다. 더 높고, 거대한 벽을 쌓을 뿐이다.

굴뚝 청소부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여기, 두 명의 굴뚝 청소부가 있다. 둘 다 청소를 끝내고 나온 상황인데 한 명은 얼굴이 제법 깨끗하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먼지와 재로 뒤덮였다. 이를테면 양 극단인 셈이다.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다. 그렇다면 둘 중 얼굴을 더 깨끗하게 닦을 사람은 누구일까. 맞다. 얼굴이 깨끗한 사람이다. 다른 한 명의 얼굴을 보고 스스로를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이 역설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깨끗하고, 누가 더러운지가 아니다. 핵심은 무언가가 결여되는 순간 오류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역설을 파괴하고 결여를 메울 단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렇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 된다. 벽은 무너질 것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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