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Lady Gaga)를 모르는 사람은 지구 상에 거의 없다. 그녀는 현존하는 팝 슈퍼스타 중 하나다. 히트곡 개수, 문화적 영향력, 심지어 음악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은 예술적 성취까지, 그녀에 비견될 만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레이디 가가는 다시 한번 화제선상에 올랐다. 코첼라(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서 압도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로 격찬을 획득한 것이다. 실제로, 코첼라 역사상 최고 무대였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유튜브에 있으니 꼭 감상해보길 권한다. ‘Lady Gaga Coachella’라고 치면 나온다.
놀랍게도 가톨릭을 믿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4살부터 피아노를 쳤고, 10대부터 예술가의 꿈을 키웠는데 왕따로 인해 힘든 때를 보내야 했다. 일례로 대학생 시절 레이디 가가를 조롱하는 페이스북이 존재했다고 한다. 나중 레이디 가가가 성공하고 난 뒤 이 페이스북 가입자들은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과연, 뿌리는 대로 거두는 법.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멀고, 험했다. 레코드사와의 계약은 취소되고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유명 프로듀서와 만나면서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다. 심지어 이 프로듀서는 그녀의 스테이지 이름, 즉 레이디 가가라는 명칭도 퀸(Queen)의 1984년 히트곡인 ‘Radio Ga Ga’에서 따와서 지어줬다. 목소리가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전위적이면서도 매력적으로 과장된 이미지와 음악이 주목 받으면서 히트곡이 다발로 쏟아졌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어봐도 ‘Just Dance’, ‘Born This Way’, ‘Bad Romance’, ‘Marry The Night’, ‘Poker Face’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곡들의 공통적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게 될 것이다. 강렬한 일렉트로 비트, 독특한 패션, 도발적인 가사와 태도 등등. 최근 인기 있는 ‘Abracadabra’도 비슷한 계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라디오에서 가장 꾸준히 신청곡이 들어오는 노래를 하나만 꼽으라면 이 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영화 『스타 이즈 본』(2018)의 수록곡으로 발매된 ‘I’ll Never Love Again’이다.
『USA Today』의 표현 그대로 ‘눈물 흘리게 하는 발라드’다. G장조이고, 분당 54비트의 중간 템포다. 후렴구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코드진행은 G–Em7–CM7–D7sus4라고 보면 된다. 레이디 가가의 보컬 범위는 G3부터 E5까지를 아우른다. 어쩌면 주제가라 할 ‘Shallow’보다 더 큰 사랑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이 곡에는 슬픈 사연이 존재한다. 2017년 5월 19일 암이 뇌와 폐로 전이된 끝에 레이디 가가의 절친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소냐 더럼(Sonja Durham)이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그녀의 사망은 레이디 가가가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던 날과 겹쳤다. 레이디 가가는 ‘I''ll Never Love Again’을 부르는 장면을 촬영하기 직전 소냐가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급히 촬영장을 떠나 그녀를 만나러 갔다. 안타깝게도 10분 차이로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작별인사를 했을 텐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소냐의 남편이 레이디 가가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괜찮아요. 소냐가 원했을 그 일을 하세요." 이 말을 들은 레이디 가가는 촬영장으로 돌아온 뒤 소냐를 향한 감정을 담아서 그 장면을 완성했다. 그렇다. 우리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감동하는 이유, 비단 사랑하는 이를 잃는 영화 스토리 때문만이 아닌 실제 겪은 개인적 상실의 아픔이 마지막 장면에 깊게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도 살아남아 울려 퍼질 레이디 가가의 음악 리스트 중에 이 곡은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