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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 ‘Back in Black’(1980) – 하드록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리프
2025.06.16

100만 장 아니다. 1,000만 장도 아니다. 공식 집계된 판매량만 3,000만 장 이상이다. ‘추정치’로 따지면 5,000만 장을 넘을 거라고 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에 이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중음악 앨범 2위다.

아마 여러분은 다음의 가수나 밴드 이름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비틀스(The Beatles)나 마돈나(Madonna) 등의 디스코그라피를 머리에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아니다. 정답은 AC/DC의 1980년 작품 『Back in Black』이다. 그렇다. 이 음반이 이렇게나 많이 팔렸다. 하드 록 장르로 한정하면 전세계 넘버원인 셈이다.



그중 타이틀 곡 ‘Back in Black’의 인기는 지금도 대단하다. 특히 유튜브 숏츠로 엄청나게 많은 동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다. 나는 오늘도 이 곡을 독특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영상을 봤다. 먼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빨랫줄 비슷한 걸 바닥에 치면서 ‘짝-짝-짝-짝’ 소리를 낸다. 그것도 비가 오는 와중에 비를 맞으면서. 마치 심오한 무공을 수련하듯이. 그 뒤에 다른 공간에 있는 남성이 곡의 기타 리프를 연주하고 마찬가지로 다른 공간에 있는 요상하게 생긴 남성이 보컬이 합류하는 식이다.

이렇게 발매된 지 45년이 지났어도 핫한 이유는 간단하다. 강렬하면서도 연주하기 쉽기 때문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드 록에 거의 무지한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그럼에도, 이 곡의 기타 리프는 어디선가 들어봤을 것이다. 가히 기타 중심의 록 역사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다.

밴드의 전 보컬리스트였던 본 스코트(Bon Scott)를 추모하기 위해 제작된 곡이자 앨범이다. 본 스코트는 AC/DC의 또 다른 명곡인 ‘Highway to Hell’을 불렀던 바로 그 사람이다. 밴드의 추모 의도는 명확했다고 한다. “마치 병에 걸린 듯 슬프면 안 된다. 도리어 축제 같은 분위기여야 한다.” 제목 ‘Back in Black’은 “검은색 옷을 입고 돌아왔지”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Forget the hearse `cause I never die
영구차 따위는 잊어버려 난 절대 죽지 않으니까

I got nine lives Cat`s eyes
난 고양이처럼 목숨이 9개거든

Abusin` every one of them and running wild
사람들을 괴롭히며 거칠게 놀지

`Cause I`m back
내가 돌아왔으니까




기타를 칠 줄 안다면 예외 없이 동의할 것이다. 이 곡만큼 기타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인 경우는 많지 않다. 무엇보다 리프라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할 수 있고, 박자를 맞추는 타이밍 감각을 단련하기에도 좋다. 짧지만 너무나 강렬하기에 반복 연습해도 쉽게 지루해지지 않는다. 진행은 E-D-A를 따르고 솔로의 경우 E minor 펜타토닉 스케일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편집자 주: 곡 전체는 E 메이저 코드 진행을 따르지만, 기타 리프와 솔로는 E 마이너 펜타토닉 스케일을 기반으로 연주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영상도 하나 추천한다.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back in black’이라고 치면 나온다. 고등학생 3명이 ‘Back in Black’을 포함한 록 클래식을 연주하는 데 기가 막히게 잘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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