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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어 ‘Gravity’(2006) – 블루스에 담긴 자제의 미학
2025.08.18

젊은 거장이라고 불릴 만한 뮤지션을 꼽아본다. 여럿 있지만 존 메이어(John Mayer)가 빠질 수 없다. 1977년생. 나와 동갑. 올해 나이 47세. 어쩌면 누군가는 너무 이른 나이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에릭 클랩턴(Eric Clapton)은 1960년대 중반 “클랩턴은 신이다(Clapton is God).”이라는 격찬을 받았고, 대부분이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의 나이 불과 20대 초반이었을 때다. 2001년 데뷔한 이래 존 메이어는 7장의 음반과 다수의 히트곡을 내놨다. 또한 그는 동시대에 가장 탁월한 연주자 중 하나다. 그를 젊은 거장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기실 기타리스트보다는 작곡가이자 보컬리스트로 먼저 인기를 모았다. 그의 초기 히트곡인 ‘No Such Thing’(2001), ‘Your Body is a Wonderland’(2001), ‘Daughters’(2003) 등에서 돋보이는 건 아무래도 그의 섬세한 보컬과 빼어난 곡 쓰기 능력이다.

물론 그의 음악적인 기반은 어디까지나 블루스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블루스 기타리스트가 아닌 ‘좋은 곡을 쓰는 싱어 송라이터’라고 봐야 한다. 그가 수상한 그래미 트로피가 모조리 보컬 또는 작곡 부문이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에서는 적재 같은 뮤지션이 바로 존 메이어의 직계라고 할 만하다.

존 메이어가 싱어 송라이터인 동시에 기타 연주자로 격찬을 이끌어낸 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렇다. 바로 이 곡 ‘Gravity’와 곡이 실린 3집 『Continuum』(2006)이다. 놀라운 사실이 하나 있다. 『Continuum』은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오르며 대히트했지만 ‘Gravity’의 경우 싱글 차트 71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존 메이어의 대표곡은?”이라고 질문하면 아마 여러분은 ‘Gravity’를 곧장 떠올릴 것이다. 최초 차트 순위는 실망스러웠지만 시간의 시험 속에 ‘Gravity’는 2000년대의 명곡으로 인정받았다. 존 메이어의 인터뷰를 듣는다.

“기타로 자신의 경지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요. 여러분이 배운 모든 것에 대해 ‘기본’을 찾으라는 거에요. 그건 스케일일 수도 있겠죠. 노래 일부만 좋아하지 말고 내가 왜 그걸 좋아하는지 거슬러 올라가서 그걸 만든 기본을 배우라는 거에요.”

존 메이어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Gravity’를 연습한다고 치면 이 곡을 이해하는 게 아니라 이 곡이 훨씬 더 큰 무언가의 일부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에요. 기타 전체를 아우르는 무언가요.”



과연, ‘Gravity’는 그의 기본이라 할 블루스에 더없이 충실하다. 스케일은 블루스 그 자체라 할 펜타토닉을 기반으로 하고, 코드 진행은 Em - C - G - D(또는 Em - C - D - G)를 따른다. 존 메이어의 말을 거울 삼아 벤딩, 해머 온, 풀 오프, 비브라토 등의 기술에 집착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의 기타 테크닉이 가장 빛나는 노래임을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 와중에 셔플에 가까운 리듬은 곡이 자칫 지루하게 들릴 가능성을 완벽하게 차단한다. 이 곡의 가장 빛나는 성취다.

번뜩 찾아왔다고 전해진다.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Gravity…is working against me”라는 구절이 떠올랐다고 한다. 곡에서 ‘Gravity’는 이런저런 유혹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존 메이어에 따르면 이 노래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안 돼''라고 말할 줄 아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언급을 듣는다.

“저는 이 노래가 평생 매일 필요할 거예요. 왜냐하면 제자리에 머무는 것보다 나를 망치는 게 더 쉽기 때문이죠."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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