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Ozzy Osbourne ‘Crazy Train’(1980) - 헤비메탈의 설계자, 신화가 되다
2025.09.15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이 세상을 떠났다. 어둠의 왕자가 어둠으로 돌아갔다. 내한 공연의 추억이 떠오른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온통 좋은 순간뿐이다. 마치 신도에게 세례를 내리는 듯한 그의 포즈에 열광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Goodbye to Romance’가 흘러나올 때 라이터를 켜고 머리 위로 들어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원래 블랙 새버스(Black Sabbath)의 창립 멤버였다. 따라서 헤비메탈을 발명한 역사적인 뮤지션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헤비메탈의 원조가 대체 누군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헤비메탈의 가장 큰 특징은 ‘블루스 없음’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음악이 건조해야 한다. 끈적이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나서는 안 된다.



블랙 새버스의 음악이 정확히 그랬다. 그래서 비평가들이 싫어했다. 유구한 블루스적 전통이 완전히 거세된 그들의 음악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1970년대 초반 당시 비평가들이 그들을 향해 날린 언어를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우연히 록 장비를 발견한 네 명의 크로마뇽인의 가당치 않은 억지 연주”

“저능아의 음악”

“음악 바보의 농담”



즉, 비평가 집단은 블랙 새버스의 음악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오지 오스본의 광기로 비틀린 보컬과 토니 아이오미의 다운 튜닝 방식 연주가 후대에 미칠 영향력을 전혀 예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이 헤비메탈의 최초 설계자였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블랙 새버스에서 이런저런 기행과 트러블을 일으킨 뒤 오지 오스본은 결국 밴드를 탈퇴했다. 그러나 도리어 이때부터 상업적인 성공이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기실 블랙 새버스는 음악을 좀 깊이 파야 감정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밴드다. 오지 오스본은 그렇지 않다. 블랙 새버스에 비하면 거의 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멜로디가 확실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Goodbye to Romance’나 ‘Mama I’m Coming Home’ 같은 노래를 블랙 새버스에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 최선이라고 해 봤자 ‘She’s Gone’ 정도다. 스틸하트(Steelheart) 아니다. 블랙 새버스 노래 중에 있다. 한국에서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따라서 오지 오스본의 절정의 순간은 여럿이다. 그러나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이 곡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Crazy Train’이다. 키는 A 메이저, 수 차례 반복되는 기타 리프가 곡의 핵심이다. 주요 코드 진행은 F#m-A-E-F#m-D-E[편집자 주].



곡 제목은 ‘미친 세상’으로 번역하는 게 최선이다. 이 미친 세상에서 언제 사랑하는 법을 배울 거냐고 되묻는 게 노랫말의 골자를 이룬다. 1980년대 냉전과 핵무기 편집증을 향한 비판이라고 보면 된다.

기차라고 표현한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Randy Rhoads)가 리프를 완성하자 베이시스트 밥 데이슬리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기차 소리처럼 들리는데?” 마침 랜디 로즈는 모형 기차까지 수집할 정도로 기차광이었다고 한다. 즉, “핵무기를 싣고 냉전의 종말을 향해 돌진하는 미친 기차”쯤 되는 셈이다.

랜디 로즈의 기타는 패기가 넘치면서도 무엇보다 정확하다. 자료를 보면 랜디 로즈는 이 곡을 포함한 많은 수의 곡에서 녹음을 2번했다고 한다. 이미 녹음한 기타 연주 위에 같은 연주를 덧씌운 것이다. 연주가 정확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이 방법을 오지 오스본이 요청한 건 그만큼 그의 연주를 신뢰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 역시 자신감이 넘친다. 그래서일까. 1982년 오지 오스본은 박쥐를 입으로 물어뜯는 패기를 보여줬다. 한데 오지 오스본 본인도 놀랐다고 한다. 장난감 박쥐인 줄 알았는데 진짜 박쥐여서 공연 끝나고 병원으로 직행,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전해진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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