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 2명과 고등학교 시절 가장 사랑했던 가수 중 한 명의 공연에 갔다. 이승철의 『오케스트락 3』 서울 콘서트였다. 1990년대부터 나는 부활과 이승철의 음악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지금도 부활과 이승철의 초기 4장은 수록곡 순서를 거의 다 외운다. 굳이 베스트를 각각 하나씩 꼽자면 나에겐 둘 다 4집이다. 부활의 『잡념에 관하여』(1995)와 이승철의 『The Secret of Color』(1994)가 최고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부활과 이승철의 커리어는 비슷했다. 음악적 완성도와 별개로 대중적 히트곡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2002년에 부활의 8집 『새벽』이 발매됐다. 이 때의 풍경을 정확히 기억한다.
나는 군대를 막 제대한 상태였고, 학교 앞 거리에서는 음반의 수록곡 ‘Never Ending Story’가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이 곡은 카페에서 흘러나왔고, 술집에서 취한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술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가면 다같이 떼창을 하기도 했다. 선천적으로 극(極)내향인인 나는 물론 참여하지 않았다. 미소 지으며 친구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최근 ‘Never Ending Story’가 다시 화제에 올랐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가 이 곡을 부른 덕분이다. 공연에서도 이 곡은 단연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워낙 히트곡이 많은 가수지만 이 곡이 지닌 존재감은 이승철 커리어 전체를 따져봐도 돋보이는 수준이라고 할만하다. 작사, 작곡은 김태원이 했다. 한데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준 이 곡의 배경에는 기실 극심한 고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음반 작업에 들어가기 전 김태원은 악상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상태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이 음반은 부활에게 아주 중요한 재도약의 기회였다. 이승철과의 재결합인 만큼 언론의 주목도도 상당할 것이었다. 김태원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못 이긴 나머지 자살 충동마저 느꼈다고 전해진다. 가족 역시 잠시 그를 떠나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 마치 계시처럼 꿈속에서 멜로디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한 그의 처지가 저런 선율과 가사를 떠올리게 했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부재 없는 욕망은 없는 법이니까.
G 메이저 기반, 진행은 G - D/F# - Em - C - G/B - Am - Dsus4 – D를 따른다. 한국인에게 아주 친근한 형태의 노래다. 브리지 부분은 C - G/B - Am – D. 그리고 다시 G로 돌아가는 식이다.
[편집자 주] 원곡은 Gb키이며, G키 기준으로 표기하면 G - D/F# - C/E - G - Em - Bm7 - C - D와 같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