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톡
실리카겔 ‘T + Tik Tak Tok’(2023) - 차트 대신 무대에서 증명하는 밴드
2026.01.15

음악 강의를 할 때마다 묻는 질문이 있다. 특히 10대, 20대가 대상일 경우 이 질문을 빼놓지 않는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여기저기서 밴드 붐이 본격화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도 그렇다. 홍대 인디를 넘어 밴드 전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짐을 느낀다고 증언하는 밴드가 여럿이다.

따라서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인디 신만 둘러봐도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자주 언급되는 밴드를 꼽으라면 정답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실리카겔이다.



실리카겔은 음악 평론가를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 중 하나를 선물한 밴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나는 장기하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부터 장기하를 알았다. 국카스텐이나 한로로가 비상하기 훨씬 전에 이미 대성할 것임을 확신했다. 실리카겔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1집 『실리카겔』이 2016년 나왔을 때 그들은 지금과 같은 대형 밴드가 당연히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을 접한 음악 관련 종사자 모두가 동의했다. 그들이 차세대 거물이 될 거라고 확신했다.

이런 측면에서 매년 개최하는 한국대중음악상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시상식 후보만 챙겨도 미래의 스타 중 많은 수의 음악을 미리 알고 감상할 수 있다. 내가 선정위원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다름아닌 한국대중음악상의 역사가 증명한다.

다시, 실리카겔이다. 이번 달에는 어떤 곡을 선택해야 할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나는 현재까지 실리카겔이 발표한 곡 중 ‘Tik Tak Tok’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기준이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라이브로 접했을 때는 인간적으로 너무 잘해서 물개박수를 치려다가 극내향인인 걸 깨닫고는 속으로 감동을 겨우 삼켰다. 이 곡의 성취는 그야말로 굉장하다. 록이 줄 수 있는 최대치의 경험이 존재한다면 거의 근접했다고 볼 수 있을만한 노래다.

핵심은 차가운 계산과 뜨거운 가슴의 조화다. 바꿔 말해 정교하게 설계된 곡이지만 강렬하게 분출하는 록의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리듬은 기계 장치처럼 ‘틱택톡’ 돌아가는 와중에 서서히 감정의 파고를 끌어올리더니 사이키델릭 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절정에 가서 듣는 이의 귀에 거대한 폭탄을 떨어트리듯 카타르시스적 해방감을 선사한다.

압권은 후반부에 터져 나오는 김춘추의 기타 솔로다. 만약 이 곡을 듣는데 후반부를 생략한다면 그건 반칙이다. 꼭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좋은 사운드 시스템으로 들어야 곡이 품고 있는 온전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원하게 좌우로 활강하는 동시에 맹렬함을 잃지 않는 기타 연주와 입체적인 신시사이저를 통해 마치 영화를 보는 것마냥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중심 키는 Eb마이너. 이를 통해 실리카겔은 시종일관 어둡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리듬과 사운드 텍스처가 돋보이는 노래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화성은 매우 견고하게 전개된다. 텐션 코드 사용은 곡에 세련미를 부여하고, 코드가 바뀔 때마다 리듬을 정교하게 바꿔가면서 타격감을 극대화한다. 정말이지 현대 록의 정수를 담아냈다고 확언할 수 있는 걸작이다.

마지막으로 이 곡은 앞에 붙어있는 ‘T’와 더불어 감상해야 마땅하다. ‘Eye in the Sky’ 앞에 ‘Sirius’를 빼먹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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