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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ge Against The Machine ‘Wake Up’(1992) - 머신의 시대, 침묵을 깨는 록의 외침
2026.02.09

AI(Artificial Intelligence) 관련한 모든 게 폭발하고 있다. 주가가 폭등하고, 관련 유튜브 동영상이 넘쳐난다. 여기서 하는 말과 저기서 하는 말이 다른 탓에 대체 어디로 향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AI 시대의 공포를 정확하게 예언한 작품은 여럿이다. 그중 『매트릭스』(1999)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유명한 “빨간 알약 먹을래, 파란 알약 먹을래”하는 그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 이미 지구는 AI에 의해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AI는 여전히 인간을 필요로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는 아이를 배양한 뒤 작은 포드에 넣어 사육한다. 가상 현실을 제공하는 대신 에너지를 취하기 위함이다. 즉 인간을 일종의 배터리로 쓰는 것이다. 이 영화가 지금 시대에 예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바탕이 여기에 있다. 일론 머스크가 말한 게 맞는다면 앞으로 가장 필요한 싸움은 ‘에너지’를 놓고 벌어질 것이다. AI가 돌아가려면 막대한 서버가 있어야 하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Wake Up’은 바로 이 영화 『매트릭스』에 쓰여 화제를 모은 곡이다. 일단 제목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 “깨어나”라는 뜻이다. 영화 속 주인공 네오(Neo)는 파란 알약을 먹고 가상 현실에 쭉 머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빨간 알약을 삼키고, 진짜 현실에서 깨어나는 쪽을 택한다. 그러고는 AI가 창조한 가상 현실로 다시 침입해 AI와 대적한다. 이런 주인공의 여정을 상징하는 곡이 바로 ‘Wake Up’인 것이다.

기실 밴드 자체가 그렇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라는 이름을 해석하면 ‘기계에 대한 분노’쯤 된다. 여기서 기계는 자본주의를 뜻한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은 역사상 가장 선동적인 밴드 중 하나였다. 탐욕스러운 기업과 부패한 정부, 문화 제국주의 등을 향해 좌파적 시선으로 비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제 당신은 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이 곡이 영화에 쓰였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The Machine이 AI를 의미하는 셈이다.



곡은 사이렌 소리를 연상시키는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Tom Morello)의 피드백 노이즈로 시작한다.
메인 리프는 묵직한 하드 록 기반이지만 톰 모렐로 특유의 테크닉이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그는 기타를 ‘사운드 발생기’처럼 취급하는 연주자다. 예를 들어 한쪽 픽업의 볼륨을 끄고 스위치를 빠르게 전환해 마치 DJ가 턴테이블을 다루는 것 같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기타 솔로에서 그의 이런 독특한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기타와 베이스를 드롭 D로 튜닝해 일반 튜닝보다 훨씬 깊고, 위협적인 저음을 연출한다.

곡은 후렴구에 가서 절정에 이른다. 모든 악기가 용암이 분출하듯 터져 나오고 보컬리스트 잭 드 라 로차(Zack de la Rocha)는 강렬한 톤으로 ‘Wake Up’이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외친다. 이 지점에서 여러분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AI는 우리의 삶 전체를 밑동부터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점이다.

SF 대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의 잠언을 듣는다.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그렇다. AI는 죄가 없다. 그것이 흑마법이 될지 백마법이 될지는 어디까지나 우리 인간에게 달린 문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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