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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 Purple ‘Smoke on the Water’(1971) - 록 역사상 가장 유명한 기타 리프의 탄생
2026.03.17

딥 퍼플 내한 공연이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에 확정됐다. 내 음악적 뿌리를 굳이 밝히자면 록 키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딥 퍼플하면 나도 할 얘기가 무진장 많다. 무엇보다 그들은 하드 록의 매력을 최초로 일깨운 밴드 중 하나다.

때는 중학교 2학년. 딥 퍼플의 음반 『Machine Head』(1971)를 카세트 테이프로 음반 가게에서 전격 구입했다. A면 첫 곡이 ‘Highway Star’, B면 1번 곡이 ‘Smoke on the Water’였다. 물론 이후 나는 ‘Lazy’와 ‘Space Truckin’을 더 좋아하게 됐지만 지금 중요한 건 내 의견 따위가 아니다. 록 역사에서 이 두 곡이 갖는 위상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달은 둘 중 후자에 관해 써보려 한다.



먼저 앨범에 대해 말해야 한다. 『Machine Head』는 그들의 과거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탄생한 결과물이었다. 속칭 딥 퍼플의 전성기 멤버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기타), 이언 길런(Ian Gillan, 보컬), 로저 글로버(Roger Glover, 베이스), 존 로드(Jon Lord, 오르간, 키보드), 이언 페이스(Ian Paice, 드럼)은 기존에 발표한 음반의 사운드가 영 못마땅했다. 무엇보다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했던 자신들의 라이브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고 느꼈다. 따라서 환경의 변화는 선택 아닌 필수였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들의 세무 담당관은 기왕 장소를 옮길 예정이면 영국 이외 지역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세금 때문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장소는 스위스의 몽트뢰였다. 맞다. 나중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퀸의 앨범 『Made in Heaven』(1995)에서 “천국”이라고 불렀던 그 곳이다. 그들은 몽트뢰 카지노에 녹음할 공간을 예약하고, 롤링 스톤스가 만든 이동식 스튜디오(Rolling Stones Mobile Studio)에서 레코딩을 진행했다. 당시 롤링 스톤스 모바일 스튜디오는 유럽을 통틀어 장비가 가장 훌륭한 스튜디오 중 하나였다. 레드 제플린 역시 그들의 3집과 4집을 녹음할 때 이 스튜디오를 사용했다. 즉 딥 퍼플은 카지노 내부의 넓은 공간에서 최고의 장비를 사용해 라이브의 질감을 최대한 훼손 없이 구현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몽트뢰 카지노에서는 프랭크 자파(Frank Zappa)가 공연하고 있었다. 한데 라이브 도중 관객 한 명이 천장을 향해 조명탄을 쏘아 올렸고, 이게 화재로 번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화재에 휩싸인 건물은 전소되어 뼈대만 덜렁 남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딥 퍼플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 녹음을 계속했다.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 바로 ‘Smoke on the Water’다. 노랫말을 압축해서 쓰면 대략 이렇다.

“우리는 몽트뢰로 왔어. 이동식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 위해서였지. 카지노 공연장에서 프랭크 자파가 공연 중이었는데 어떤 멍청한 놈이 조명탄을 쏘는 바람에 그 곳을 다 태워버렸어. 물 위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하늘에서는 불꽃이 타올랐어. 상황이 다 끝났을 때 우리는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어. 결국 그랜드 호텔에 자리를 잡고 녹음을 이어나갔지.”

‘Smoke on the Water’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곡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인원이 동시에 연주한 기타 리프’ 분야에서 2007년에는 1721명, 2009년에는 1802명이 참여해 기네스 기록을 갱신했다. 이유는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곡보다 연주하기 쉬운 덕분이다.



그러나 이는 대개 이 곡을 5도 기반의 파워 코드로 연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리치 블랙모어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것은 '틀린 연주'다. 유튜브에 공개된 그의 시범을 보면, 이 전설적인 리프는 사실 기타 두 줄만 이용해 동시에 튕기는 4도 화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튜브에 ritchie blackmore explains smoke on the water라고 치면 영상을 볼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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