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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Jackson ‘Billie Jean’(1982) – 정답은 두 번째에 있었다
2026.05.12

1982년 음반사 CBS의 매출은 10억 달러였지만 이익은 고작 2,200만 달러였다. 공장 폐쇄와 대량 해고가 연달아 이어졌다. 승리가 절실히 필요했던 CBS의 사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1979년 이후 앨범을 내지 않고 있던 마이클 잭슨이었다. 메시지는 간단했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팔 수 있는 히트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데 결과적으로 그것은 히트작이 아니었다. 블록버스터였다. 보수적으로 추산해도 마이클 잭슨의 1982년 음반 『Thriller』는 6000만 장 이상이 팔렸다. 1억장이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 중심에 놓인 곡이 ‘Billie Jean’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영감은 1981년 벤추라 고속도로를 달리던 순간으로부터 왔다. 밴드 아메리카(America)가 노래한 바로 그 ‘Ventura Highway’(1972)다. 마이클 잭슨에 따르면 운전하는 와중에 갑자기 영감이 솟아올랐다고 한다. 그는 이 곡을 떨칠 수가 없었다. 차의 모터에서 연기가 나는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견인차를 기다리면서도 그의 머리 속은 온통 이 곡에 대한 아이디어로 꽉 차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거짓말을 일삼는 ‘빌리 진’이라는 여성에 대한 노래다. “이 곡의 빌리 진은 지난 몇 년간 우리 형제를 괴롭힌 모든 소녀를 하나로 묶어 표현한 것이다. 사실이 아님에도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이후 곡의 데모를 완성한 마이클 잭슨은 퀸시 존스에게 들려주고 의견을 구했다. “베이스가 약해.” 퀸시 존스는 루이스 존슨(Louis Johnson)의 연주로 베이스를 채웠다. 팝 역사상 가장 놀라운 베이스 트랙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베이스는 이 곡의 핵심 바탕이다. 기본 키는 F# 마이너이지만 전반적으로 코드의 변화가 잦지 않고, 베이스 라인이 화성을 주도하는 형태를 띤다는 점이 증거다. 8분 음표 위주의 반복적인 베이스 패턴은 가히 최면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이는 곡의 주제인 ''편집증적 불안''과 ''긴장''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한다. 군더더기 없이 툭툭 끊어지는 스네어와 킥의 조화도 일품이다.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은 대립하는 와중에도 호흡이 잘 맞았다. 퀸시 존스는 전주 30초는 너무 길다고 의견을 냈지만 마이클 잭슨은 “춤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거절했다. 우리가 30초에 달하는 초반을 통해 역사의 탄생을 목격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퀸시 존스는 ‘Be My Love’라는 타이틀을 밀었지만 마이클 잭슨은 ‘Billie Jean’을 선호했다. 글쎄.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Billie Jean’이 아무래도 좀 더 낫지 않나 싶다.

믹싱은 엔지니어계의 1황 브루스 스위디언(Bruce Swedien)이 맡았다. 브루스 스위디언이 2번째 믹스를 들려줬을 때 스튜디오 내의 모두가 춤을 췄다고 한다. 거의 끝날 분위기였다. 그런데 잠시 후 마이클 잭슨이 컨트롤 룸을 나오더니 브루스 스위디언을 불렀다. “부탁해요. 브루스. 진짜 완벽한데 베이스를 조금만 더 올려서 믹스해주세요.”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퀸시 존스가 오더니 “브루스. 드럼에 양념을 좀 더 쳐줘봐.”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브루스 스위디언은 총 91번이나 믹스를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퀸시 존스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브루스. 2번째 믹스 있잖아? 다시 한번 들어볼까?”

반응이 폭발했다.

“할렐루야! 바로 이거야!”

“그럼 진작 2번째로 정해서 작업하면 됐던 거잖아?”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난 이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린다. 출간된 지 120년이 넘은 고전이다. 흔히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만 이 작품은 예외에 가깝다. 가장 재미있는 고전을 꼽는다면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게 확실하다. 소설을 넘어 뮤지컬과 영화로도 만들어진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도로시는 신고 있던 구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열쇠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는 지혜로 일행을 구하고, 심장이 없는 양철 나무꾼은 눈물을 쏟는다. 용기를 갈구하던 사자는 무서운 적을 물리치고, 도로시는 언급한 것처럼 이미 구두를 신고 있다.

그래. 맞다. 우리는 언제나 ‘무지개 너머 어딘가’를 꿈꾸지만, 그것은 이미 내 안에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이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는 91번의 시도 끝에 자신들이 찾던 보물이 2번째에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되어 있다. 지루한 과정을 참아내고, 그것을 생각을 위한 도약대로 삼을 줄 알아야 한다. 요컨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가 처음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는 어떤 작품을 통해서였다. 다름 아닌 『오즈의 마법사』의 흑인 버전이자 마이클 잭슨이 배우로, 퀸시 존스가 음악가로 참여했던 『더 위즈』다. 과연, 운명적인 만남이란 이런 것이리라.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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