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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 빛나는 장조와 아련한 단조 사이, 명곡의 미학적 구조
2026.08.14

음악이 다루는 소재는 대개 한정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의 감정과 경험’이라는 테두리를 거의 벗어날 수 없다. 신화적 요소를 차용한다거나 거대한 이데올로기를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한다. 음악은 더 작은 것을 노래할 때 더 오래 살아남았다. 이것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운명이기도 하다.

영화 감독 봉준호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했던 수상 소감을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인용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기실 영화만이 아닌 예술이라는 게 이렇다. 이를테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전 세계에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예술가는 세계와 부딪히며 얻어낸 내면적 체험과 감정을 깊이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보편에 닿으려고 하는 자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김윤아는 자신의 20대라는 소재를 발판 삼아 아주 멀리까지 나아가서 광범위한 우산을 펼쳤다. 그 우산 아래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는지는 굳이 부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자우림의 대표곡 중 하나이자 김윤아가 작사, 작곡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청춘의 아련함과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상실감을 극적으로 풀어낸 모던 록 걸작이다. 한데 이 곡이 품고 있는 아련하면서도 강렬하고, 그래서 더욱 잊히지 않는 정서는 가사만이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음악 구조와 편곡, 가창력에서 비롯한다. 이 점이 핵심이다.

화성 및 코드 진행이 우선적으로 증명한다. 전체적으로 C Major를 기반으로 진행되어 밝고 영롱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전형적인 3화음 코드만을 사용하지 않고, 멜로디 사이사이에 변형 코드를 배치해 찬란함 속에 숨겨진 상실과 불안을 미학적으로 연출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곡은 장조와 단조 사이를 매끄럽고, 절묘하게 이동한다. 청춘의 빛나는 한때를 노래할 때는 장조의 화사함을 극대화하지만, 그 기억이 ''지나가버린 과거''임을 상기하는 대목에서는 순식간에 애절한 감정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뭐로 봐도 정교하고, 기가 막힌 구성이다. 인트로에서 도입부까지는 충분한 여백 속에 김윤아의 목소리가 지닌 텍스처를 강조하고, 프리-코러스에서는 드럼의 림샷과 베이스, 스트링 섹션이 합세해 서서히 분위기를 고조한다. 그러고는 후렴구에서 자우림 특유의 묵직한 밴드 하모니와 스트링이 폭발하면, 듣는 이는 폭포수처럼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거부할 수 없다. 히트할 운명을 타고난 노래가 있다면 이런 곡이리라.

김윤아의 보컬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가사 전달은 기본이요, 호흡, 발성, 음정, 박자 감각 등 그녀의 보컬은 감탄을 넘어 듣는 이를 감동하게 한다. 한때 김윤아의 보컬이 연극적이라며 비판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위대한 조니 미첼(Joni Mitchell)이 말한 것처럼 “모든 가수는 일종의 메소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윤아라는 가수는 탁월한 연기자다. 연기를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할 줄 아는 재능 덩어리다. 그의 목소리를 경유하면 엇갈림과 사무침마저 예술이 된다. 바로 이 곡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증명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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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스물하나
자우림
Goodbye, G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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